후회는 없다










  지나간 일에 대한 아쉬움. 우리는 그것을 후회라 부른다. 후회는 내일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붙잡는 족쇄일까? 아니면 어제에 대한 반성이자 내일을 위한 발전의 토대일까?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말해줬어야 했는데! 내가 다시 술을 입에 대면 개다 개(!)   

후회의 종류는 넓고도 깊다. 그러나 인생은 B와 D사이의 C라고 했던 사르트르의 말처럼, 우리는 평생동안 선택을 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지나온 날에 대한 후회가 남는 것은 필연적이란 소리다. 그런데도 문득, 후회라는 감정이 생겨날 때면 우리는 에스프레소를 원샷한 듯한 진한 씁쓸함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지워내지를 못하며 몇번이고 괴로워한다. 




  나의 경우는 평소에 '나는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타입이다. 아쉽긴 해도 후회하지 않아!라고 외치는 순간에는, 내가 진짜로 그런 사람이 된 기분이 들고 무언가 통쾌하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도 그런가하면, 결코 아니다. 샤워를 하다가 멍때리는 순간에도, 잠이 오지 않는 밤 뒤척이는 시간, 심지어는 하루 종일 후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말실수들은 다시 회상을 하더라도 너무나 아찔해서 기절해버릴 것만 같은 충격이 다가오지만, 사실 잊으려고 노력하면 잠시간이라도 묻고 지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말로 크게 내 마음을 할퀴는 것들은 내 행동에 관한 것들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는데, 당시엔 확고하게 너무나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선택들이 뼈에 사무치는 후회로 남을 때면, 도무지 잊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확실한 계획없이 일단 쉬고싶은 마음에 휴학을 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중, '스펙'이 전무하던 나로서는 꿈꾸지도 못했던 회사의 인턴을 경험할 기회가 주어졌고 갑작스러웠지만 기회는 잡는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으로 하게되었다. 그러나 그 자리는 내가 생각했던 정식인턴이 아니었고, 때문에 나는 소속도 없고 정체도 모를 의문의 사람으로 면접날인줄로만 알고 회사를 찾아갔던 첫 날부터 하루종일을 1초의 쉼도 없이 긴장하고 눈치보며 서서 보내다가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집에 오게 되었다. 너무나 서러운 마음에 울음이 차올랐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티도 못내고 의연한 척. 그러나 설움은 결국 혼자 있는 방에서 터지고, 눈이 '퉁퉁' 붓도록 실컷 울다 잠이 들었었다. 소속 부서만 간신히 정해지고 하루의 내용은 비슷했던 둘째날, '사실 하고싶은 분야는 이게 아니다'라고 말할 용기를 못낸 채 하루종일 끌려다니다가 퇴근의 개념이 없는 직업 특성까지 더해져  패닉에 빠졌다. 누가봐도 부러워 할 기회라고는 해도, 내가 하고싶은 일도 아니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분야에 던져져 프로들의 질문을 받는다는 것, 게다가 도무지 어울리기 힘든 종류의 사람들, '내 생활'이라는 것이 없는 스케줄까지… 1,2주면 모를까 도저히 긴 기간을 버틸 자신이 없었고 그럴 마음도 싹 사라져버렸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다음날 전화를 드려야할 모든 분들께 (이게 생각보다 곤혹스러웠고, 심지어 연락을 드려야 할 분이 참 많더라) 적당한 선의의 거짓말과 함께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그만 두게 되었다. 







  내 생에 이렇게 빠른 포기는 처음이었고, 또 마지막이길 바란다. 일주일만 더 다녀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주위의 말에도 그 때되면 그만두기 더 어려울 거라고, 그래서 차라리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깔끔하게 그만두겠다고 말하던 나는 아마 더 다니는 것 = 버티는 것 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더 다녀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자꾸만 그 일이 생각나서 속이 쓰리곤 하다. 빈둥거리며 지내는 휴학의 유일한 명분을 잃어버렸기 때문일까? 남들 다 쌓는 스펙, 관심도 없던 내게 더없이 좋은 기회를 차버린 바보같음이 이제서야 와닿은걸까? 생각해보면, 조금만 참고 더 다녔더라면 나름 적응도 하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후회하는 마음도 커지는 것 같고. 그러나 더 깊게 생각해보면, 지나간 기억을 미화시켜서 저장한 오류때문일거라는 외침도, 마음 구석탱이에서 조그맣게 들려온다. 참 헷갈린다.




  어쩄거나 그 일은 정말로 내가 하고싶고 되고싶어하는 미래에 도움이 되는 스펙(!)은 아닐지 모른다. 내가 진로를 바꾼다는 마음을 번복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시간낭비 할 필요 없게 되었으니 기뻐야 하는데, 왜 아직도 내 속은 시원치 않은건지… 이 일로 나는 어떤 교훈을 얻게 된걸까? 금방 포기하지 말자?? 아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자?? 이 상반된 두가지 교훈 중 어느 것이 내가 가야할 방향일까. 아직까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미 지나간일에 마음쓰며 괜히 속상해하기보다 지금 당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도움이 될 일을 하기 위해, 일단 나의 미래를 다시 꿈꿔보려고 한다. 하루 아침에 지워진 예전의 꿈 대신, 그 자리에 새롭게 그려나갈 새로운 꿈을 위해 오늘의 후회가 그 밑거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이순간부터,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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